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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벤츠코리아 '배터리 허위광고' 제재 착수

CATL 대신 저가 파라시스 탑재 소비자 기만 … 아파트 전기차 화재로 밝혀져

2025-08-19 11:18:11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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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시작된 배터리 표시 논란이 1년여 만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식 제재로 이어졌다. 벤츠코리아가 자사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제품이 장착됐다고 허위 광고하며 소비자를 기만한 혐의로 제재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1년 만에 드러난 허위광고 실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벤츠코리아 측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문서로,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결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발송하는 공식 문서다.

벤츠코리아가 받은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다. 둘째,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문제의 발단은 2024년 8월 1일 새벽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였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차량의 배터리에서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고, 이 화재로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렸으며, 주민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되는 대형 사고로 번졌다.
CATL이 아닌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확인

화재 조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처음 불이 난 벤츠 EQE에는 CATL사 제품이 아닌 중국의 저가 제품인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던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벤츠코리아는 화재 발생 12일 후인 8월 13일에야 자사 홈페이지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화재 모델 EQE 350 전 차종과 최상위 전기 세단 모델 EQS 일부에도 중국산 파라시스가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벤츠 EQE 중에서는 '300'만 CATL 배터리가 탑재됐고 '350+' 'AMG 53 4M+' '350 4M'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실렸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파라시스 배터리의 안전성 이력이었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화재 위험로 중국에서 리콜로 이어진 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딜러 교육까지 허위 정보로 일관

더욱 심각한 것은 벤츠코리아가 딜러들에게까지 허위 정보를 교육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벤츠코리아의 내부 교육자료인 '2023 EQ 세일즈 플레이북'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딜러들이 고객을 응대할 때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CATL로 설명할 것'을 지침으로 삼았다.
해당 자료에는 소비자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에 대비한 상담 시나리오가 제시됐는데, 열거된 답변 예시에서 벤츠코리아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로 오직 CATL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쓰여져 있었다. 파라시스 배터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CATL과 파라시스의 현격한 차이

CATL과 파라시스는 같은 중국 배터리 업체이지만 시장에서의 인지도와 신뢰도는 천지차이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를 차지한 곳은 중국의 CATL이다. CATL은 테슬라, BMW, 벤츠, 포르쉐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선택하는 신뢰받는 배터리 업체다.

반면 파라시스는 인지도가 낮은 파라시스 배터리처럼 아직까지 품질을 담보할 수 없는 중국산 배터리로 분류된다. 특히 파라시스 배터리는 2021년 중국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으로 3만여 대가 리콜된 전력이 있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공정위의 체계적 조사

공정위는 이번 제재 결정에 앞서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했다. 심사관은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 대상 현장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두 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를 통해 벤츠코리아의 허위 광고 실태를 면밀히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조만간 벤츠코리아로부터 의견서를 받은 후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상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따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매출액의 2% 수준까지 산정할 수 있는데다 공정거래법 위반시 4% 이내로 범위가 확대된다. 두 혐의가 모두 적용될 경우 과징금 수위는 예상보다 높을 전망이다.

'전기차 포비아'라는 신조어도 등장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는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공정위 의견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이미 집단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벤츠 EQE 차주 등 24명은 공정위 조사와는 별개로 제조사인 벤츠 독일 본사와 판매사, 리스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기도 했다. 차주들은 벤츠 측이 중국산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갔는데 이를 은폐하고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 배터리가 들어갔다고 홍보한 것이 기망 또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벤츠코리아 한 회사의 문제를 넘어 전기차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라 화재는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켰고, '전기차 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켰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KSGA) 차지인포에 따르면 2024년 전기차 신규 등록량은 14만344대로 전년(15만4045대) 대비 8.9% 감소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24년 9월 관계부처 합동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전기차 안전성 확보에 나섰고, 배터리 인증제 도입과 소방시설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이미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기업의 투명한 정보 공개 의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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