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최근에는 피해자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공포심, 위협감, 또는 위계적인 관계 속에서 반항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상황이라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상하관계나 선후배 관계, 교수와 학생처럼 위계와 영향력이 작용하는 관계에서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무죄로 판단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구조 안에서의 심리적 제약이 존재했는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뿐 아니라 당시의 문자메시지, 통화 내용, 사건 직후의 행동, 주변인 진술, 감정 결과 등 간접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따라서 피의자 입장에서도 “서로 합의한 관계였다”는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황 자료가 정교하게 확보돼야 무리한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객관적 정황과 부합한다면 피해자의 즉각적인 저항이 없었더라도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강간죄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 여부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자료일 뿐이므로,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실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 특히 피해자가 사건 직후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바로 신고하지 못했다는 사정도 법적으로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
이처럼 강간죄는 강제성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명확한 동의’가 있었는지를 핵심으로 판단하며, 최근에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에 대한 민감한 분석이 요구되는 만큼 사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리한 정황을 사전에 차단하고 객관적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추후 법적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무법인 더앤 이현중 대표변호사는 “강간죄 처벌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 여부를 넘어서 동의 중심의 판단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에 맞춰 법적 대응 전략 역시 달라져야 한다”며 “억울하게 혐의를 받게 된 경우라면 수사 초기부터 명확한 증거 확보와 함께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에픽 황성수 CP / hss@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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