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6일 발표한 '1996년~2024년 사이 29년간 국내 1000대 상장사 매출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00대 기업의 총 매출은 전년(1863조원) 대비 134조원(7.2%) 증가한 1997조원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 1000곳 중 633곳이 매출 외형을 확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23년 연속 매출 1위 유지
삼성전자는 지난해 별도 기준 209조52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002년부터 23년 연속 국내 기업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2022년(211조8674억원) 다음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연결 기준으로는 300조8709억원을 기록했으나, 2022년(302조2313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00대 기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5%로, 전년(9.1%)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2020년(11.2%)과 2021년(11.5%) 때의 11%대 영향력에는 못 미쳤다. 삼성전자는 2010년 매출 100조원을 돌파한 뒤 현재까지 유일한 '100조 클럽' 기업으로 남아있다.

매출 증감의 명암 뚜렷
작년 매출 1조원 이상 증가한 기업은 19곳으로, 이 중 삼성전자(38조6781억원↑)와 SK하이닉스(28조962억원↑)는 10조원 이상 대폭 증가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101.7% 성장하며 매출 순위도 2023년 10위에서 2024년 5위로 5계단 상승했다.
반면 14곳은 매출이 1조원 이상 감소했다. 한국가스공사는 2023년 42조8325억원에서 2024년 36조5514억원으로 6조원 넘게 매출이 하락하며 매출 순위도 5위에서 7위로 후퇴했다. LG에너지솔루션(4조3618억원↓)과 삼성SDI(3조85억원↓)도 3조원 이상 매출이 줄어들었다.
'1조 클럽' 248곳, 2년 새 10곳 감소
새롭게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으로는 경동나비엔(1조2468억원), DN오토모티브(1조1006억원), NHN KCP(1조905억원), 한국콜마(1조596억원) 등이 있다. 넷마블(1조824억원)은 2022~2023년 탈락했다가 다시 1조 클럽에 재가입했다.
반면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3조원대 매출로 100위권에 올랐으나, 작년에는 6900억원대로 급감하며 300위권으로 밀려났다.
매출 10조 클럽은 37곳으로 전년 대비 1곳 증가했으나, 2022년 최고치인 38곳에는 못 미쳤다. HMM(11조5134억원), 한화오션(10조7647억원), 키움증권(10조2101억원)이 새로 10조 클럽에 가입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대우건설은 탈락했다.

매출 순위 변동 주요 내용
작년 기준 매출 상위 10위는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91조6469억원), 현대차(79조607억원), 기아(63조2567억원),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36조6040억원), 한국가스공사, S-Oil, LG전자, 포스코인터내셔널 순이었다.
11~20위권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기업은행이 13위에서 11위로 상승했고, LG디스플레이는 17위에서 13위로, 현대글로비스는 19위에서 15위로, 현대건설은 22위에서 20위로 각각 순위가 올랐다.
17년째 1000조원대 정체, 2000조원 돌파 전망은?
국내 1000대 기업의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1996년 390조원에서 시작해 2008년 1197조원으로 처음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2018년 1537조원으로 1500조원 시대에 진입했으나, 2019~2020년 감소세를 보였다가 2021년(1734조원)과 2022년(1993조원)에 다시 증가했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30조원(6.5%) 감소한 1863조원을 기록했다.
작년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공식적으로 2000조원을 넘지는 못했다. 결국 2008년부터 17년째 1000조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1분기 초반 경영 성적을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자 업종을 비롯해 자동차와 조선 분야의 매출 실적이 오름세를 보여 2025년에는 1000대 기업 매출이 20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 2분기 이후 트럼프 관세 등 변수가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조 클럽 확대 필요성 대두
오 소장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지금보다 한 계단 도약하려면 별도 기준으로 매출 100조원을 넘는 기업이 지금보다 5~10곳 이상 나와야 하지만, 현재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 100조 클럽 가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한국전력공사(91조6465억원)로, 100조원 돌파까지 8조원 남짓 남은 상태다.
국내 대기업들의 매출 규모 확대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한국 경제의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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