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2019년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또는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명확히 직장내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은 감정이 아닌 구조와 반복성, 우위성을 기준으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한다.
사소한 언행처럼 보이더라도, 반복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직장내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 특히 ▲ 특정인을 반복적으로 따돌리는 행위 ▲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과도하게 부여하는 행위 ▲ 사적 감정을 이유로 모욕·비하 발언을 지속하는 경우 등은 모두 직장내괴롭힘에 해당하며, 피해자는 사용자(회사)에 그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피해자가 신고했음에도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경우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최근 판례에서는 피해자가 상사의 반복된 모욕적 언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퇴사에 이른 사건에서, 회사가 괴롭힘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위자료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문제는 괴롭힘 자체보다, 피해자가 이를 ‘입증’하고 ‘문제 제기’하는 과정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구조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침묵하거나 자책하다 결국 자발적인 퇴사를 선택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메신저 기록, 녹음파일, 업무지시 내역, 목격자 진술 등 일상 속 정황을 모아 법적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정진아 변호사는 “직장내괴롭힘은 단지 인간관계 갈등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노동권 침해’입니다. 피해자가 더는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회사의 책임과 법적 기준을 정확히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직장은 생계를 유지하는 공간이자,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다. 그 공간이 고통의 장소로 전락했을 때, 침묵이 아닌 대응이 필요하다. 법은 더 이상 참은 사람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허용하지 않으며, 괴롭힘의 반복성과 방치된 책임에는 분명한 기준과 처벌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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