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에 단순 가담한 경우라도 사기죄의 공동정범 내지는 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거책, 전달책은 피해자와 직접 대면해 돈을 전달받는 역할, 돈의 행방을 찾기 어렵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범죄 전체 흐름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법 제347조 제1항)으로 규정돼 있으며, 이득액이 클 경우 처벌이 더욱 무거워진다. 수거책 역할만 했다고 주장하더라도 반복된 현금 수령, 과도한 수당, 조직과의 일정한 소통 내역 등이 드러나면 ‘의도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법원은 조직적인 범행과의 연결 가능성이 있는 사건일수록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가장 주요한 쟁점은 ‘범죄 인식 여부’다. 대다수 가담자들은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지만, 수사기관은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범죄 인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모집 경로, 업무 내용, 급여 조건, 메시지 내역, 통신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피의자가 단순히 무지하거나 경솔하였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오히려 불리한 정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죄를 입증하거나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소명해야 한다. 채용 공고, SNS 대화 내용, 급여 입금 내역, 수령 장소의 지시 방식, 계좌 사용 여부 등은 모두 중요한 증거로 쓰인다. 특히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범죄수익을 은닉·전환·처분·취득’한 행위 자체도 독립된 범죄로 보아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수거책 역할은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단순 알바로 시작한 일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구직 시에는 ‘고액 단기’, ‘현금 수령 및 전달’, ‘신분증·계좌 제공 요구’ 등의 문구가 있는 제안은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법무법인 더앤 김승욱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으며, 단순한 일회성 행위라 하더라도 형법상 공범으로 간주돼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범죄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적 해석과 증거 수집이 병행돼야 하므로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픽 이수환 CP / lsh@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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