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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디폴트옵션 유감: 선택의 그늘에 숨은 불편한 진실

2025-04-03 16:08:48

장선필 에프앤가이드 연금전문위원.
장선필 에프앤가이드 연금전문위원.
작년 말, 오랫동안 상담해 드리던 한 업체의 임원이 찾아왔다. 그의 표정은 심각했고,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묻어있었다.

"오랫동안 퇴직연금 DC형에가입해 있었는데, 매번 신경 쓰는 것이 번거로워 디폴트옵션이란 제도에 가입했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제 성향대로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의 한탄은 한국 디폴트옵션 제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짧은기간, 빠르게 성장한 한국의 디폴트옵션 제도는 현재 42개기관(근로복지공단 포함)에서 300개가 넘는 상품을 승인받아 DC형, IRP 가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태생부터 불완전했던 제도의운용은 매우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째, 제도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신규 가입자들은 운용지시서를 작성하는 단계부터 디폴트옵션 선택을 사실상 강요 받고 있다. 'opt-in', 'opt-out'이라는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가입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말이다.

결과는 어떨까? 가입자들은 '일단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전체 디폴트옵션 가입자의 88%가 100% 원리금 보장상품인 안정형 포트폴리오에 몰리는 기형적인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는 한국과 확실히 다르다.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주요 선진국들 중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미국은 401K 가입자의 68%가 QDIA(적격디폴트투자상품)를 지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DC 가입자의 99%가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한국과 크게 다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가입자들 대부분이그들이 선택한 유형의 평균 수익률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미운용 상태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을 모르고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2025년 4월 기준 업권별 디폴트옵션의 안정형 포트폴리오 유형 평균 수익률은 은행권이 2.0%대(3년제 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 증권 2.1%대, 보험권 2.9%대(보험GIC 3년물 평균금리)이다.

수익률을 놓고 보면 보험권을 제외한 은행권, 증권은 상품을 운용하지않고 현금성 자산으로 내버려 둘 경우 적용되는 고유계정 수익률 평균 금리(2.6~2.7%대)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 받고 있다. 게다가 디폴트옵션의 안정형 포트폴리오는모두 3년 장기물 저금리 상태로 확정되어 있어, 그 손실이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다는 함정도 있다.

이렇듯 한국 디폴트옵션의 초기 성적표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제대로된 교육이나 이해 없이 이루어진 '밀어붙이기식' 가입이 안정형 88%라는, 한국만의 기형적 디폴트옵션 가입자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랜 특성인 과도한 안정성향 추구 탓도 있겠으나, 이제는 더 의연하고성숙한 투자자의 모습으로 시장에 다가선다면 나쁘지 않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2024년 디폴트옵션 업권 전체 평균 수익률을 보면, 안정형(초저위험)은 3.3%, 안정투자형(저위험)은 7.2%, 소극투자형(중위험)은 11.8%, 적극투자형(고위험)은 16.8%였다. 이 수치는 투자 성향에 따른 수익률 차이가 상당함을보여준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자신의 연령과 투자 성향, 남은 근무 기간 등을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정보 제공과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만을 추구하다 결국 가장 안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아이러니를 더이상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K-디폴트옵션 유감: 선택의 그늘에 숨은 불편한 진실

K-디폴트옵션 유감: 선택의 그늘에 숨은 불편한 진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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