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4일 금융투자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KDB생명 보통주 1억1천632만주, 지분율로는 약 99.75%에 달하는 물량이다.
앞서 지난 7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필두로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 3개사가 최종 제안서를 제출하며 막판 경쟁을 벌였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삼성생명은 본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통 금융그룹으로서의 자금력과 명확한 정상화 의지를 피력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종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산업은행은 2014년 첫 매각 추진 이후 12년 간 이어진 '7수' 끝에 숙원 과제를 해결할 기회를 맞았다.
1조원 증자안이 판가름…'실탄' 갖춘 한투의 승부수
시장에서는 이번 우협 선정의 결정적 요인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제시한 파격적인 자본확충 및 회사 정상화 방안을 꼽는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인수 후 KDB생명의 재무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최대 1조원 안팎의 증자 계획을 매각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한 넉넉한 실탄과 훼손된 자본 건전성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강한 추진력이 매각 측 투자심의위원회의 판단을 사로잡았다는 풀이다.
산업은행 역시 지난해 말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한 바 있으며, 이번 매각에 맞춘 추가 자본 확충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양측의 최종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신주 인수 규모와 최종 매각가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번 우협 선정이 실제 최종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그동안 KDB생명 매각을 번번이 좌초시켜온 걸림돌들이 이번에 해소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옛 금호생명을 인수하며 편입한 회사로, 2014년부터 매각 절차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이후 매각 시도는 번번이 좌초됐다. 2020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섰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협 지위를 확보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추가 자본 부담 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이어 2024년에는 MBK파트너스가 단독 입찰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BNP카디프 제치고 KDB 낙점…'한국판 버크셔' 모델 시동
한국투자금융그룹의 보험업 진출 의지는 오랜 기간 준비된 전략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부터 공식 석상에서 보험사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의 실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롯데손해보험, 예별손해보험 등 시장 매물들을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최종 저울질을 KDB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으로 압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말 기준 KDB생명의 총자산은 16조5천576억원으로 BNP파리바카디프생명(2조7천383억원)의 약 6배에 달한다. 자산 규모가 크고 700여 명의 전속 설계사 조직과 탄탄한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인수 즉시 시장 점유율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 선택 배경이다.
그룹이 보험업에 공을 들인 핵심은 '한국판 버크셔 해서웨이' 모델 구축에 있다.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아 보유하는 장기 보험료(Float 자금)라는 안정적 유동성을 증권·자산운용 계열사의 운용 노하우와 결합해 자산운용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실적 체력이다. 올해 상반기 그룹 순이익은 1조9천150억원에 달했으며,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도 2조1천701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저축은행·캐피탈·VC 등 전방위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투지주가 장기 자금 조달 창구인 보험 계열사까지 품게 되면 비은행 금융그룹으로서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전망이다.
남은 절차는 가격·증자 협상…SPA 체결이 최종 관문
다만 인수가 최종 완료되기까지는 세부 협상 절차가 남아있다. 산업은행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앞으로 구체적인 인수가격과 신주 인수 규모, 자본확충 방식 등 세부 조건을 협의한 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례처럼 실사 과정에서 변수가 불거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이미 최대 1조원 규모의 증자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만큼 이번에는 실사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산업은행은 12년 만에 KDB생명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숙원 과제를 마치게 된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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