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베트남 유통·식품 사업 점검에 이어 바이오까지, 오너의 신사업 현장 경영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신 회장이 "바이오는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핵심 산업군"이라 강조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롯데그룹이 유통·석유화학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결정적 순간으로 읽힌다.
이미지 확대보기송도 1공장, 사용 승인 직후 곧바로 현장 점검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 캠퍼스의 1공장을 방문했다. 박제임스·신유열 각자대표와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 등 주요 임원진과 함께 생산시설 주요 공정을 둘러보고 글로벌 고객사 수주 현황 및 추진 전략을 보고받았다.
송도 1공장은 1.5만 리터급 배양기 8기를 갖춘 12만 리터 규모로, 최근 사용 승인을 받으며 생산 설비 설치와 주요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자동화한 제조관리시스템(MCS)과 디지털 트윈, 전산유체역학(CFD) 시뮬레이션 등 데이터 기반 공정 기술을 설계 단계부터 적용해 품질 안정성과 생산 효율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준공이 아니라, 롯데가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신호였다.
유통·석유화학 중심에서 고부가 바이오로
신동빈 회장이 바이오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롯데그룹이 기존 주력 사업만으로는 장기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 닿아 있다.
2022년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당시부터 신성장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시작됐고, 202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 회장은 이를 재강조했다. 부진 사업은 정리하고 미래 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유통과 석유화학이 중심이던 포트폴리오를 고부가가치의 신사업으로 옮기는 것이 롯데의 차기 전략이다.
바이오는 왜 그 카드가 됐나. 고부가가치 창출, 장기 성장성, 글로벌 확장성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CDMO는 대기업이 인프라와 자본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 롯데의 강점과 맞아떨어진다.
시러큐스와 송도, 듀얼 사이트 전략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말 미국 시러큐스 BMS 공장(약 3.5만 리터)을 인수하며 CDMO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기존 가동 시설을 인수한 덕분에 곧바로 생산·수주 기반을 확보했고, 시장 진입 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었다.
송도 1공장은 이와 다른 차원의 도전이다. 2024년 착공해 약 2년 만에 사용승인을 받은 신규 공장으로, 1.5만 리터급 배양기 8기를 갖춘 12만 리터 규모로 설계됐다. 시러큐스는 초기 임상과 소규모 생산을, 송도는 대규모 상업 생산을 각각 담당하는 '듀얼 사이트' 전략으로 글로벌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하반기 송도 1공장의 시운전 가동과 생산 시스템 검증(Validation) 절차에 들어간다. 연내 의약품 생산을 위한 설비·품질 시스템 구축 완료를 의미하는 GMP 인증도 마칠 예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을 앞당긴 일정이다. 다만 BMS와의 기존 계약 종료 이후 신규 대형 상업 계약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당면 과제로 남아 있다.
오너가 직접 챙기는 신호의 의미
신동빈 회장이 사용 승인 직후 송도 현장을 찾은 것은 단순 격려가 아니다. 바이오를 그룹 재편의 최우선순위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장남 신유열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서 동시에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기 경영진과 오너가 함께 바이오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장 점검은 공장 점검이 아니라 롯데의 다음 10년 먹거리를 직접 확인하는 행보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은 단순히 사업 진척 상황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룹의 차세대 지배구조와 승계, 미래 포트폴리오를 함께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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