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로봇 개발의 표준이 될 '레퍼런스 로봇'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LG전자를 더 이상 가전 회사가 아니라 '피지컬 AI(Physical AI)' 기업으로 다시 분류하기 시작했고, LG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한때 300% 넘게 뛰었다. 8년에 걸친 빼기와 더하기 끝에, 시장은 LG를 'AI 시대의 회사'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취임 8주년을 맞은 구 회장이 던진 승부수, 미래 신사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사람과 돈을 함께 바꾼 '2026 리셋'
미래로 가기 위해 구 회장이 먼저 손댄 것은 사람이었다.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LG는 LG전자·LG화학·디앤오 세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4년간 LG전자를 이끈 조주완 사장과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했고, 그 결과 2018년 취임 당시 여섯 명이던 부회장단은 권봉석 ㈜LG 부회장 한 명만 남았다. LG를 떠받치던 원로 경영진이 물러나고 구 회장 중심의 단출한 체제가 들어선, 사실상의 세대교체였다.
빈자리는 기술 인재가 채웠다. LG는 최근 5년간 신규 임원의 25% 이상을 AI·바이오·클린테크(ABC)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발탁해 왔고, 올해는 최연소 상무·전무·부사장 승진자가 모두 AI 전문가였다. 그룹 최초의 여성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여명희 LG유플러스 부사장이 승진했고, 1980년대생 상무도 새로 선임됐다.
돈의 방향도 함께 틀었다. LG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국내에 약 1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50조원을 ABC와 배터리·전장·차세대 디스플레이 같은 미래 성장동력에 배정했고 55조원을 R&D에 투입한다. 2022년 내놓았던 5년간 106조원 투자 계획을 미래 사업 중심으로 새로 짠 것이다. 사람과 자본을 모두 미래로 돌려세운 셈인데, 그 미래의 첫 글자가 바로 AI다.
A — 엔비디아가 택한 LG의 '피지컬 AI'
구 회장은 2020년 LG AI연구원을 세우며 AI에 일찍 베팅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은 올해 4월 텍스트와 이미지를 함께 이해하는 멀티모달 모델 4.5까지 진화했다.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4.5는 과학·수학(STEM)과 코딩 등 일부 글로벌 벤치마크에서 오픈AI·구글의 최신 모델을 앞섰고,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LG는 이 기술을 계열사의 생산 공정과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에 적용하며 'AI를 쓰는 회사'를 넘어 'AI로 돈을 버는 회사'로 나아갔다.
B — AI로 신약 개발의 시간을 줄이다
AI의 다음 무대는 바이오다. 구 회장은 신약 개발의 더딘 속도를 AI로 단축한다는 구상을 직접 챙겨 왔다. LG AI연구원의 의료 AI '엑사원 패스'는 최신 버전에서 암 진단 정확도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미국 잭슨랩과 손잡고 알츠하이머 발병 예측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올해 6월에는 바이오벤처 디앤디파마텍과 차세대 펩타이드 신약을 공동 개발하는 본계약을 맺었다. AI가 단백질 구조를 설계하면 벤처가 검증하고, 그 데이터가 다시 AI에 반영되는 순환 구조다.
C — AI 데이터센터의 숨은 인프라를 잡다
마지막 글자인 클린테크는 AI 시대의 뒷단에서 기회를 찾았다. AI 데이터센터가 폭증하면서 막대한 열을 식히는 냉각 기술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함께 솟구쳤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고효율 액체냉각 솔루션과 무급유 인버터 터보칠러를 앞세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경기 평택에 AI 데이터센터 전용 테스트베드를 구축했고, 미국의 중소형 AI 데이터센터에 수백억원 규모의 냉각 시스템을 공급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의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계약도 따냈다. 2편에서 다룬 LG전자의 공조 사업과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전환이, 클린테크라는 이름 아래 AI 인프라 시장으로 다시 모이는 구조다. 냉난방 가전과 전기차 배터리에서 출발한 사업이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후방 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8년의 결산, 그리고 진짜 시험대
구광모의 8년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걷어내 신뢰의 토대를 놓았고(1편), 비핵심 사업을 덜어내고 전장·공조에 집중해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냈으며(2편), 그렇게 번 돈과 키운 인재를 AI·바이오·클린테크라는 미래에 쏟아붓고 있다(3편). 조용한 마흔 살 총수를 향하던 의문은, 이제 'LG를 AI 시대의 회사로 다시 정의했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다만 8년의 성취가 다음 8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상속회복 소송은 2심이 남아 지배구조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전기차 캐즘과 미국발 관세, AI 패권 경쟁처럼 판을 흔드는 변수는 더 빠르고 거칠어졌다.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서는 글로벌 공조 전문 기업들이, 로봇과 바이오에서는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과 엔비디아 동맹이라는 지금의 환호에 안주하는 순간, 한때 휴대폰과 LCD가 그랬듯 우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 8년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할지' 고르는 선택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그 선택이 옳았음을 시장에서 증명해야 하는 실행의 시간이다. AI·바이오·클린테크가 실적으로 완성되고 피지컬 AI의 청사진이 제품과 수주로 바뀔 때, 비로소 구광모의 리더십은 '재편의 리더'를 넘어 '도약의 리더'로 기록될 것이다. 구광모의 진짜 8년은, 어쩌면 지금부터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저작권자 ©GLOBALEPIC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52603634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73900673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75004900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80303884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81405355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93507073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구광모 회장 8년 리뷰 ③] 2026년, 기술리더십으로 LG리셋하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14495000167048439a4874112222163195.jpg&nmt=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