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바이오의 수익성 반등, 물류의 글로벌 체질 전환, 콘텐츠·커머스의 재도약, 뷰티·헬스의 해외 확장까지 계열사마다 과제는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하나다. 전문경영인 CEO 체제의 집행력이 곧 CJ그룹의 내일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2026년 4월 10일 현재 CJ그룹 주요 계열사를 이끄는 C레벨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누구이며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미지 확대보기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 “적당한 내일은 없다"
CJ그룹의 핵심 계열사 CJ제일제당을 이끄는 윤석환 대표는 2025년 10월 취임한 신임 수장이다. 1969년생인 윤 대표는 서울대 식품공학과 학사·석사를 마치고, 미국 썬더버드 주립대에서 국제경영학(MBA)을 취득했다. 2002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후 주로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2년 BIO사업부문 브라질 삐라시까바 공장장 겸 브라질사업담당으로 보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현장 경영에 뛰어들었고, 이후 글로벌 마케팅, 남미사업, 기술연구소장, Protein Solution 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치며 R&D와 글로벌 전략 양쪽에서 역량을 쌓아왔다. 2023년 9월 바이오사업부문 대표에 오른 뒤, 2025년 10월 CJ제일제당 전체를 총괄하는 대표로 발탁됐다. 바이오사업부문 대표직을 겸임하고 있다.
윤 대표가 물려받은 CJ제일제당의 성적표는 녹록지 않았다.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2% 줄어든 8612억원을 기록했고, CJ주식회사에서 인적분할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순손실을 냈다. 4년간 이어진 성장 정체 끝에 맞은 적자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사업 모델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였다.
윤 대표는 취임 4개월 만인 2026년 2월,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위기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파괴적 변화와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회사가 돼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성과 중심 조직문화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말로 그치지 않았다. 2026년 3월 초 윤 대표는 CEO 직속 '미래혁신사무국'을 신설했다. CFO와 식품·바이오 사업관리, 재무, 인사 등 13명의 임원급 인력을 한데 모아 전략과 자원배분을 전면 재검토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이다. 동시에 설탕·밀가루 담합 관련 대한제당협회 탈퇴, 한국제분협회 이사직 사임 등 업계 관행과의 단절도 선언했다.
윤 대표에게 2026년은 CJ제일제당의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해다. 바이오 전문가 출신으로서 식품과 바이오를 동시에 아우르는 리더십이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윤석환 대표와 같은 시기에 발탁된 이건일 대표는 CJ프레시웨이와 CJ푸드빌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공채 출신인 이건일 대표는 CJ푸드빌 투썸플레이스 본부장, CJ제일제당 CJ Foods USA 대표, CJ주식회사 사업관리1실장 등 식품 사업 전반을 종횡무진 경험한 인물이다.
이 대표가 CJ푸드빌까지 겸직하게 된 배경에는 뚜레쥬르의 글로벌 사업 전환이 있다. 뚜레쥬르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확대의 전환점을 맞은 CJ푸드빌에, B2B 식자재 유통과 글로벌 경영 경험을 갖춘 이 대표의 역량이 필요했다는 것이 CJ 측의 설명이다. CJ프레시웨이에서 쌓은 B2B 식자재 유통 노하우를 CJ푸드빌의 외식·베이커리 사업 수익성 개선에 연결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과제다. 두 회사를 동시에 이끌면서 식자재 공급망과 외식 브랜드 운영의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CJ대한통운 신영수 대표는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된 인물이다. 1966년생으로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쳤다. 제일제당에 입사해 CJ오쇼핑 인사 담당, CJ제일제당 인재원 부원장, BIO 인사지원실장을 거쳤고, 2019년 CJ피드앤케어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후 CJ대한통운에서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이사, 한국사업부문 겸 글로벌사업부문 대표를 역임하며 택배 브랜드 '오네(O-NE)'를 성공적으로 론칭하고 차세대 택배 시스템 '로이스파슬(LoIS Parcl)' 도입을 완료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장도 역임하며 업계 대표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신 대표의 2026년 핵심 키워드는 '수익성 기반 글로벌 재편'이다. 그는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글로벌 거점별 저수익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성이 담보된 계약물류(CL)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은 최근 베트남 현지 법인 CJ제마뎁에서 해운 부문을 분리 매각하고, 물류 법인 지분 100%를 확보해 독립 경영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대형 유통·식품 기업 대상 콜드체인 물류센터 운영을 확대하며 고부가 화물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성과는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2025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1771억원, 영업이익 1596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부문은 포워딩 운임 하락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3% 증가한 383억원을 기록했다. 저마진 물량을 정리하고 고수익 CL 사업에 집중한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물류 전문가들은 이를 포워딩 중심에서 계약물류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는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신 대표와 함께 CJ대한통운을 이끄는 또 한 명의 각자대표이사가 민영학 대표다. 민영학 대표는 2025년 3월 선임됐으며, 단국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CJ건설 기술본부장, CJ대한통운 건설부문 대표를 거쳤다. CJ대한통운의 건설부문을 전담하며, 물류센터 인프라 확충과 부동산 개발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윤상현 CJ ENM 대표; 콘텐츠와 커머스의 균형자
CJ ENM을 단독 대표로 이끄는 윤상현 대표는 1972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CJ 경영전략1실장,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을 거치며 그룹의 인수합병과 투자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2022년 CJ ENM 커머스부문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2024년부터 엔터테인먼트 부문까지 겸임하며 CJ ENM 전체를 총괄하는 단독대표가 됐다.
2025년 정기인사에서는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 겸직이 공식화됐고, 커머스 부문은 이선영 신임 대표에게 넘기면서 콘텐츠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게 됐다.
윤 대표의 과제는 명확하다. K-콘텐츠 경쟁력을 글로벌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CJ ENM은 2025년 10월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글로벌 콘텐츠 유통 채널을 넓혔고, 티빙은 웨이브와의 합병을 추진하며 OTT 시장에서의 규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2025년 12월 UAE를 방문할 때 윤 대표가 동행한 사실도, 콘텐츠 사업의 중동 시장 확장이 그룹 차원의 중점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미지 확대보기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K-뷰티 글로벌 확장 선봉장
CJ올리브영의 이선정 대표이사는 CJ그룹 내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다. 1977년생인 이선정 대표는 건국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미니스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CJ올리브영에 합류해 17년간 헬스앤뷰티사업부 부장, MD사업본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2022년 대표이사에 선임됐을 때 CJ그룹 최연소 CEO이자 CJ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대표이사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달았다.
이 대표 취임 이후 CJ올리브영의 실적은 괄목할 만하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4조7935억원, 영업이익 5993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최고 수익성을 자랑하는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전국 1300여 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즉시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결과다. 상품기획(MD) 전문가 출신답게 유망 뷰티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능력이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2026년 이 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해외 사업 확장이다. CJ올리브영은 글로벌몰을 통한 K-뷰티 역직구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미국 서부에 물류센터를 설치하며 북미 시장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AI 피부 진단 서비스 '스킨스캔'을 100개 이상 매장으로 확대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 '럭스에디트'를 강화하며 K-뷰티 트렌드 리딩 컴퍼니로의 도약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김홍기·허민회 CJ주식회사 공동대표; 이재현 회장 투톱 측근
CJ그룹의 지주사인 CJ주식회사는 김홍기 경영대표와 허민회 경영지원대표의 투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홍기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공채 입사한 뒤, 2000년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서팀장을 지낸 최측근 인사로, 2017년 CJ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현재는 포트폴리오전략그룹장까지 겸임하며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 의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인물로, 그룹 전체의 내부 경영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다.
허민회 대표는 2024년 11월 CJ CGV 대표이사에서 CJ주식회사 경영지원대표로 이동했다. 1962년생으로 부산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MBA를 마쳤다. 1986년 제일제당 신입공채로 입사한 이래 CJ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 CJ푸드빌 대표이사, CJ올리브네트웍스 총괄대표,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CJ오쇼핑 대표이사, CJ ENM 대표이사, CJ CGV 대표이사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CJ그룹의 해결사'로 불린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CJ CGV에서 극장 사업 구조 혁신과 수익성 개선을 이끈 경험이 높이 평가받으며, 그룹 대외 업무 총괄과 중기전략 실행을 맡게 됐다. 40년 가까이 CJ에 몸담은 경륜이 그의 최대 자산이다.
차세대 경영진의 약진
CJ그룹의 인사 기조 가운데 눈에 띄는 흐름은 '영 리더' 발탁이다. 2025년 11월 정기인사에서 신임 경영리더 40명이 승진했는데, 이 가운데 30대가 5명(36세 여성 리더 2명 포함), 1980년대 이후 출생자 비중이 45%에 달했다. 여성 임원 비율도 기존 16%에서 19%로 높아졌다. CJ CGV 자회사 CJ 4DPLEX에는 1990년생 방준식 대표가 그룹 최초의 90년대생 CEO로 발탁되기도 했다.
동시에 지주사 CJ주식회사의 조직도 대폭 재편됐다. 포트폴리오전략그룹, 미래기획그룹, 전략지원그룹, 준법지원그룹, HR그룹 등으로 기능별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의사결정의 속도와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는 구조를 마련했다. 특히 미래기획그룹장으로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그룹장이 자리하면서 차세대 승계 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적표의 시간
CJ그룹의 2026년은 새로운 CEO를 소개하는 해가 아니다. 이미 배치된 전문경영인들이 실적과 구조조정으로 답을 내야 하는 해다. 윤석환 대표는 CJ제일제당의 수익성 반등이라는 당면 과제 앞에 서 있고, 신영수 대표는 물류 사업의 체질을 글로벌 수익형으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윤상현 대표는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수익화를, 이선정 대표는 K-뷰티의 해외 영토 확장을 책임지고 있다. 김홍기·허민회 투톱은 이 모든 전선을 지주사 차원에서 조율해야 한다.
CJ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의 집행력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2026년 하반기가 그 판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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