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단 업계 관계자들은 김남구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는 관심이 상당히 식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카디프생명 인수를 두고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는 가운데, 롯데손보와 MG손보 등 기존 협상 대상들과의 논의가 가격대와 일정 연기로 탄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김 회장이 단순이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제값 아니면 안 산다’는 원칙과 실용주의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전통 보험'이라는 기존 전략에서 '디지털 가상자산'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술 변경이 아닌 구조적 전략의 전환으로 평가된다. 보험사 인수는 규제, 가격, 시너지 면에서 난관에 부딪힌 반면, 가상자산은 제도권 편입 초기 단계로 전략적 기회가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래에셋그룹이 지난 2월 코빗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증권업계의 경쟁 심리를 촉발했고, 한투도 이에 대응해 코인원 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전략적 선회가 규제 당국의 승인이라는 최종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금융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험사 인수 전략 '재검토'...매력적 매물이 없다
최근 금융권에서 제기된 한국투자의 카디프생명 인수설을 놓고 보험업계는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가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인수 여부나 대상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배경으로는 카디프생명의 자산 규모 한계와 수익성 부진이 김 회장의 '종합금융그룹' 구상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카디프생명은 자산 규모가 작고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높아, 인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속적인 적자 구조를 벗지 못한 매물을 부담스럽게 인수할 이유가 제한적이며, 대규모 증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더욱 주목할 점은 예별손해보험 본입찰 일정의 반복 연기다. 당초 이달 6일 예정이던 본입찰이 16일로 또 미루어지면서 벌써 두 번째 연기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투가 자본 증대 부담과 사업성 제약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랜B 코인원...디지털 시너지가 더 매력적
이러한 상황에서 코인원이 급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금융지주들도 이 시장을 기술 선점 경쟁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인수의 벽에 부딪힌 한투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투가 코인원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행 속도에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보험사 인수는 규제 당국의 심사와 기업 문화 통합 등으로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롱게임'인 반면, 이미 운영 기반을 갖춘 거래소 인수는 비교적 신속한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숏게임'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하겠다는 김 회장 특유의 실용주의적 선택"이라며 "이는 보험 인수의 가격 문제를 회피하면서도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자극...경쟁 심리 작동
코인원이 본격 검토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미래에셋그룹의 움직임이 자극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이 지난 2월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를 전격 공식화하면서 한국투자도 코인원 검토를 신속하게 진행하며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한투가 코인원 경영진과의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는 검토가 이미 실질적 단계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 증권사의 인수 경쟁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넘어 디지털 금융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구조적 경쟁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김남구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단순한 '변심'이 아닌 철저한 실무형 오너로서의 실리적 판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평소 "멀리 보고 기다리다 기회가 오면 재빠르게 낚아채는 어부의 경영"을 강조해 왔는데, 최근 상황이 이러한 경영 철학을 구현하는 순간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먼저 작용한 것은 김 회장의 '제값 아니면 안 산다'는 원칙이다. 롯데손보 등 기존 보험 매물들이 높은 몸값(2~3조원대)을 유지하거나 부실 위험(적기시정조치 등)이 해결되지 않자,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웃돈을 주더라도 제대로 된 자산을 인수한다는 원칙이 확고하다"며 "현재 보험 매물들이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신중함은 단순한 보수적 태도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에 대한 현실적 인식으로 풀이된다. 보험사 인수는 규제 심사와 경영 통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들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투가 규제 환경이 우호적인 가상자산으로 눈을 돌린 것은 기존 전략의 '실패'가 아닌 '현실 적응'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다.
코인원 인수, 규제 당국의 승인이 변수
하지만 한국투자의 코인원 인수 계획이 실현되려면 규제 당국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금융지주가 가상자산 사업자를 자회사로 보유하는 것에 대한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 규제 환경에서도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한국투자 측이 "사업 다각화 차원의 신중한 검토"라고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도 이런 규제 환경의 미지수를 고려한 신중한 태도로 풀이된다.
금융감독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의 과열과 소비자 피해 증가를 이유로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인원 인수 자체가 가능하더라도 인허가 심사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규제 방향성이 불명확한 만큼 한투의 계획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남구의 승부수, 성공 열쇠는 '속도'
결국 김남구 회장의 '종합금융그룹' 구상은 보험사 인수라는 전통적 경로에서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영토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보험사 인수가 사실상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코인원 인수를 통해 디지털 금융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김 회장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금융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시간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이 이미 코빗 인수를 완료한 상황에서 한투의 코인원 인수가 규제 심사로 지연된다면 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국의 규제 방향 결정과 한투의 추진력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만 김 회장의 전략적 전환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값 아니면 안 산다'는 원칙과 '어부의 경영'으로 불리는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이 이번에는 통할지, 아니면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장벽 앞에서 또 다른 기회를 기다려야 할지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에픽 성기환 CP / keehwan.s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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