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정 회장은 소방관들의 헌신에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소방관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현장에 뛰어드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고 말한 그는 "전국에서 화재가 많이 나는 것을 보면서 거기서 고군분투하시는 소방관님들을 뵐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회사이자 제조업체로서 책임을 느낀 정 회장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무인소방로봇 개발에 나섰다.
첨단 기술의 재난 현장 진출
무인소방로봇은 현대로템의 전동화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방수포, 자체 분무 시스템, 시야 개선 카메라, 원격 제어기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장비다.
정 회장은 이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 표현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장비로, 새로운 모빌리티"라며 "위험한 현장에 먼저 투입돼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동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극한 환경을 견디는 설계
무인소방로봇의 진정한 가치는 그 기술력에 있다. 장비는 섭씨 500~800도에 달하는 고열 환경에서도 내부 온도를 50~60도로 유지할 수 있다. 전면 방수포는 화염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하고, 자체 분무 시스템이 분사하는 미세 물 입자가 수막을 형성해 복사열을 차단하는 원리다.
적외선 센서 기반의 시야 개선 카메라는 짙은 연기와 불길 속에서도 발화 지점과 구조 대상자를 식별해낸다. 무선 통신으로 연결된 원격 제어기를 통해 운용자는 안전 구역에서 장비의 이동과 방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전동화 기반 설계도 큰 강점이다. 내연기관 대비 산소 의존도가 낮아 지하 주차장이나 터널, 공장 내부 같은 밀폐 공간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현장에서 입증한 성능
무인소방로봇은 이미 실전 투입을 통해 능력을 입증했다. 지난 1월 30일 충북 음성의 생필품 제조 공장 화재에 투입됐고, 2월 23일 밀양 산불 현장에도 출동했다. 고열과 짙은 연기로 인력 접근이 제한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며 방수 작업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방청 통계는 현장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최근 10년간 화재로 부상을 입거나 순직한 소방공무원은 1802명에 달한다. 고열, 유독가스, 구조물 붕괴 위험은 현장 인력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기증된 4대 가운데 2대는 수도권과 영남 119특수구조대에 사전 배치돼 이미 운용 중이다. 나머지 2대는 경기 남부와 충남 소방본부에 순차 배치될 예정이다.
정 회장은 향후 계획을 분명히 했다. "4대를 시작으로 성능을 개량해 100대 정도를 전국에 투입하겠다"며 "소방관님들이 조금 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더욱 발전된 장비 개발에 나설 예정이며, 정 회장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이 더 들어가야 한다"며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소방청도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무인소방로봇을 모빌리티 산업의 적용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평가한다. 자율주행, 전동화, 원격 통신 기술이 재난 대응 영역으로 접목되면서 모빌리티의 정의가 이동 수단을 넘어 '위험을 대신 감수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소방관 지원의 확대
현대차그룹의 소방 지원은 이번 무인로봇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023년에는 휴식 시설과 편의사항이 적용된 '소방관 회복지원차' 10대를 전국 소방본부에 기증했고, 2024년에는 배터리 팩에 구멍을 뚫어 물을 분사하는 'EV 드릴 랜스' 250대를 소방청에 기증했다.
올해 6월 정식 개원 예정인 국내 최초 소방관 전문 의료기관 '국립소방병원'에도 손길이 미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소방관의 치료와 재활을 위한 차량, 재활장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과거에도 지원했던 것처럼 소방관분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실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도 의미 있는 평가를 내놨다. "오늘 재난 대응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마주하고 있다"며 "무인소방로봇은 소방대원이 들어갈 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재난 대응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역별 소방관을 대상으로 이론·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운용 매뉴얼을 배포해 현장 적응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장비 경량화, 배터리 지속 시간 개선, 자율 주행 보조 기능 고도화 등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 회장의 말은 이번 기증의 의미를 정확히 담아낸다.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 회사로서, 제조업 기계를 만드는 회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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