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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ETF 매매, '업권의 벽'을 넘어 '가입자의 편익'으로

2026-02-23 10:13:42

KB국민은행 연금상품부 이기택 부장.
KB국민은행 연금상품부 이기택 부장.
[KB국민은행 이기택 연금상품부장] 최근 퇴직연금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다. 저금리 시대에 노후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려는 가입자들의 열망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은행과 보험사 가입자들은 증권사 가입자와 달리 실시간 매수·매도가 제한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금융권역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과 '가입자 차별'이라는 본질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매매중개업' 라이선스의 해석, 실질 과세 및 운용 원칙에 부합하는가?
현재 금융당국이 은행과 보험사의 실시간 ETF 거래를 제한하는 법적 근거는 자본시장법상 '매매중개업' 라이선스 유무다. 은행은 신탁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므로 실시간 주문을 낼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은 퇴직연금 운영의 근간이 되는 '특별법'적 성격을 지닌다. 퇴직급여법 제19조 및 제20조는 가입자의 적절한 운용 지시 권한을 보장하고 있으며, 사업자는 가입자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실시간 가격 반영이 핵심인 ETF 상품에서 매매 시차로 인한 가격 괴리가 발생한다면, 이는 오히려 가입자의 운용 지시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적 보강, 최선집행의무와 평등의 원칙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법리적 접근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첫째, 최선집행의무(Best Execution)에 대한 유연한 해석이다. 자본시장법 제68조는 금융투자업자가 고객의 주문을 최선의 조건으로 집행할 의무를 규정한다. 비록 은행이 신탁업자라 할지라도, 퇴직연금이라는 특수 목적 자산을 운용함에 있어 가입자에게 가장 유리한 가격(실시간 가격)으로 체결을 돕는 것은 신탁업자의 선관주의 의무에 부합한다.

둘째, 평등권 및 형평성의 원칙이다. 동일한 퇴직연금 제도 안에서 특정 업권 가입자만 실시간 매매 혜택을 누리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퇴직연금은 공적 성격이 강한 제도인 만큼, 금융기관의 업태 차이가 가입자의 수익 기회 차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행정 해석에 있어서의 유연성이다. 금융위원회는 과거에도 시장 변화에 따라 전향적인 해석을 내놓은 사례가 많다. 퇴직연금 자산에 한해서는 은행과 보험사가 거래소와 직접 연결된 시스템을 갖추거나, 증권사와의 기술적 제휴를 통해 실시간 매매를 중개하는 것을 '부수 업무' 또는 '퇴직연금 특화 업무'로 인정하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상생을 위한 제언, 규제 샌드박스와 인프라 통합
그렇다고 필자가 '증권사의 영역'을 침범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5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가든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부터 시행한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가 2025년 본격화되면서 이 문제는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단순히 자산을 옮기는 기술적 편리함을 넘어, 옮겨간 곳에서도 동일한 운용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다.

퇴직연금은 우리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과 제도는 시장의 변화를 담아내는 그릇이어야지, 성장을 가로막는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과 퇴직급여법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유연한 법적 해석을 통해, 모든 가입자가 차별 없이 '실시간 매매'라는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노후를 설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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