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거듭할수록 짧아지는 임원→회장 기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너일가가 임원 승진 후 회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소요 기간은 17년 11개월이었다. 그러나 세대별로 분석하면 현저한 차이가 드러난다. 창업 2세대는 임원에서 회장까지 평균 18년 5개월이 걸렸으나, 3세대는 17년 11개월, 4세대는 12년 7개월로 갈수록 승진 기간이 압축되고 있다.
회장 취임 연령의 변화도 더욱 뚜렷하다. 2세대의 평균 회장 취임 나이는 52.6세였으나 3세대는 49.1세, 4세대는 46세로 급격히 낮아졌다. 2세대와 4세대를 비교하면 회장에 오르는 시점이 평균 6.6년 앞당겨진 셈이다. 현직 회장들만 따로 떼어내 분석해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된다. 2세 회장의 평균 회장 취임 나이는 52.3세, 3세 회장은 48.5세, 4세 회장은 46세로 나타났다.
임원 진입은 빠르지만, 사장 승진 느려
흥미롭게도 경영 진입의 저변에서는 세대별 편차가 줄어들고 있다. 오너일가들은 평균 29.4세에 입사해 5년 2개월 뒤인 34.9세에 임원이 된다. 세대별로 보면 2세대는 평균 28.2세에 입사해 33.6세에 임원이 되기까지 5년 5개월이 걸린 반면, 3·4세대는 29.2세에 입사해 평균 5년 2개월 뒤인 34.4세에 임원으로 승진한다. 입사 시기는 1년 늦어졌지만 임원 승진까지의 시간은 오히려 3개월 단축된 것이다.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초임 임원에서 사장·부회장으로 올라가는 구간이다. 2세대가 임원 이후 평균 6년 4개월 뒤인 39.9세에 사장이 된 것과 달리, 3세대는 8년 5개월이 필요해 43.2세에, 4세대는 8년 8개월을 거친 44.2세에 사장이 된다. 이 구간에서는 오히려 세대가 내려갈수록 더 오래 걸리는 양상을 보인다.
그럼에도 회장 승진까지의 총기간이 단축되는 이유는 사장에서 회장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구간이 급속화되기 때문이다. 2세 회장의 평균 사장 재직 기간은 약 12년 7개월(39.9세에 사장, 52.6세에 회장)이지만, 3세 회장은 약 5년 9개월(43.2세에 사장, 49.1세에 회장)에 불과하다.
농심 신동원 회장은 42년만에 회장 등극
개별 사례를 보면 세대에 관계없이 특급으로 빠른 승진 사례들이 눈에 띈다. 2세대 중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43세에 입사해 불과 1년 11개월 만에 회장에 올라 최단 기간을 기록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5세 입사 후 3년 10개월 만인 29세에 회장이 되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7년 7개월),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8년 1개월), 정몽진 KCC 회장(9년 3개월)이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가장 장시간이 소요된 사례는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으로, 21세에 입사해 42년 2개월 뒤인 63세에 회장에 올랐다.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40년 7개월),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37년 6개월)도 30년을 넘게 소요했다.
5대 그룹의 예외적 사례들
대형 그룹의 총수 세대교체는 별도의 패턴을 보인다. 선대 회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승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7년 7개월)과 구광모 LG그룹 회장(12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2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3세 입사 후 31년 4개월 뒤인 54세에 회장이 되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4세 입사 후 27년 만인 50세에 회장직을 맡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3세 입사 후 23년 2개월 뒤인 56세에 회장이 되었다. 이들은 모두 100대 중견기업 회장들보다 회장 취임 연령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현장 경험 축소, 핵심 경영 라인 조기 투입 전략
리더스인덱스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분석했다. "3·4세대는 초임 임원에서 사장·부회장으로 오르는 데는 2세대보다 시간이 다소 더 걸리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 경험을 줄이는 대신 핵심 경영 라인에 더 일찍 투입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차세대 경영진들이 전통적인 관리직 경로(임원→사장→회장)를 밟는 데 더 오래 걸리더라도, 실제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핵심 기구들에는 더 조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빠른 의사결정과 세대 교체의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반영한다.
조사 대상 233명 중 여성 오너일가는 59명(25.3%)으로 집계되었으며, 현직 여성 회장으로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구혜원 푸른그룹 회장 등 4명이 확인되었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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