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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改惡 논란의 주역은 누구인가

정신아 대표-홍민택 CPO 합작품 … 국민 메신저를 광고판으로 만들어

2025-09-30 10:26:57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5’에서 카카오톡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이미지 확대보기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 2025’에서 카카오톡 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었겠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카카오 직원의 절규는 15년 만의 카카오톡 대개편이 얼마나 심각한 내부 갈등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9월 23일 'AI 슈퍼앱'으로의 진화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공개된 카카오톡 개편안은 출시 엿새 만인 29일, 결국 핵심 기능인 '친구 탭'의 피드형 UI를 철회하기로 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5000만 명을 자랑하는 '국민 메신저'의 대실패. 그 중심에는 누가 있었을까. 카카오 안팎에서는 직원 다수의 반대를 무시하고 수익성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 개편을 강행한 경영진의 '불통 리더십'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23일 열린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 카카오〉이미지 확대보기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 23일 열린 '이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개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 카카오〉


토스 출신 CPO, 독단적 리더십 논란의 중심
이번 카카오톡 개편 프로젝트를 총괄한 인물은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다. 1982년생인 홍 CPO는 카이스트에서 산업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인시아드에서 MBA를 취득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전자에서 삼성페이 출시를 담당했고, 2017년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합류해 간편송금 등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 개발을 주도했다. 2021년에는 토스뱅크의 초대 대표로 취임해 흑자 전환과 1000만 고객 달성이라는 성과를 냈다.

지난 2월 카카오에 합류한 홍 CPO는 불과 6개월 만에 카카오톡의 메시지, 지도, 디자인 부서 등을 총괄하는 핵심 인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그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고, 홍 CPO는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5년 만의 대개편을 주도했다.

문제는 그의 리더십 스타일이었다. 블라인드에는 "이번 업데이트는 여러 기획자의 결과물이 아닌, 사실상 특정 인사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는 내부 직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한 카카오 직원은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가 반대했는데도 홍 CPO의 독단적 리더십 아래 개편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은 "동료들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며 내부 갈등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토스 출신 인사들의 대거 영입이다. 홍 CPO가 카카오에 합류한 이후 토스에서 근무하던 인물들이 실무팀장급 '리더' 직책으로 스카우트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채용 동결 기조였음에도 토스 출신에게만 예외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채용을 이어갔고, 이들에게는 코딩테스트나 기술면접을 거치지 않는 비즈니스 채용 전형으로 뽑은 뒤 입사 2주 후에 테크 직군으로 변경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IT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 코딩테스트조차 통과하지 못할 사람들을 데려오느라 저런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홍 CPO의 과거 경력도 재조명됐다. 그가 대표로 재직하던 토스뱅크는 2022년 인사팀장이 동료를 위로한 발언을 '해사행위'로 규정해 1년 넘게 대기발령을 내렸고, 이는 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정받아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정신아 대표, 성과 압박 속 판단 미스
홍 CPO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개편을 승인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다. 1975년생인 정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시간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이베이, NHN을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고, 2018년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취임했다.

2023년 11월 김범수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후,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 수습에 전념하며 성장이 정체됐다. 2024년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정 대표는 내년 임기 3년차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이번 개편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지난 23일 '이프 카카오 2025' 키노트 세션에서 "AI 시대의 도래로 우리의 일상도, 대화 방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며 "이번 개편은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상은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혁신을 위해 카카오 경영진이 홍 CPO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외부 메신저가 도입됐고, 그 결과 보안 관리에 허점이 생기자 무리한 포렌식 요구까지 이어졌다"며 "결국 이를 허용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정신아 대표의 판단 미스"라고 지적했다.

포렌식 서약서 강요, 또 다른 논란

개편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 카카오는 또 다른 구설에 올랐다. 9월 중순, 카카오는 전 직원을 상대로 '회사가 필요시 개인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동의를 받기 시작했다. 서약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내 게시판과 인트라넷을 이용할 수 없어 사실상 업무가 불가능한 '강제 동의'였다.

휴대전화 포렌식은 통화 내역,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이메일, 앱 사용 이력 등 사생활 전반이 노출될 수 있어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카카오 노조는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강제적으로 진행한 서약서 동의 절차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동의서가 개인정보보호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동의를 받더라도 개인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실상 강제라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톡 개편 관련 언론 보도로 여론이 악화되자 회사가 내부 기밀 유출 차단과 직원 입단속을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결국 카카오는 1주일 만에 포렌식 서약서를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이 포렌식 요구의 주도자도 홍민택 CPO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2023년 11월 이후 신사업 투자보다 비용 통제에 집중하며 성장이 정체됐고, 이번 개편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용자와 직원 모두를 외면한 채 수익성 개선에만 몰두한 결과는 참담했다. 카카오톡의 정체성을 흔들고,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었으며, 내부 조직 문화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카카오 경영진의 리더십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며 "책임론과 리더십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홍민택 CPO와 정신아 대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카카오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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