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영이 연기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통해, 빛나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었다.
‘미지의 서울’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가 인생을 맞바꾸며 진짜 사랑과 삶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다.
“표현이 대본 자체에 잘 돼 있어서 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해보겠다고 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잖아요. 그러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한다고 했지’ 싶더라고요. 부담이 물밀듯이 왔어요. 촬영 전날까지 굉장히 마음이 힘들었어요.”
배우로서 1인 2역은 언제나 큰 도전이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캐릭터다. 박보영은 쌍둥이 유미지와 유미래, 그리고 둘이 역할을 바꾼 뒤 서로 상대인 척하는 유미지와 유미래까지 총 4개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연기한다.
“감독님이 처음 얘기하셨던 게 ‘너무 다르게 하려고 안 했으면 좋겠다’였어요. 예를 들면 너무 쓰지 않은 톤을 쓰려고 한다든가. 그래서 사회생활 할 때 밝은 모습은 미지에게 쓰고, 미래는 절제하고 표현을 안 하는 친구니까 혼자 있을 때 텐션을 끌어다 썼어요. 그리고 미래는 미지를 잘 따라 하지 못해요.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럴 힘도 없고요. 세진이는 미지를 본 적이 없으니까 굳이 미지인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정했고요.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에서 디테일을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박보영의 노력은 드라마 속에서 빛을 발했다. '1인 4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이 복잡한 복수 캐릭터 연기를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잘 소화해내 찬사가 이어졌다. 박보영이 연기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서로 뚜렷이 다르기에 ‘미지의 서울’은 그 어느 드라마보다 다채로운 청춘의 스펙트럼을 화면에 담아내는데 이로 인해 더 폭넓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원동력으로 여겨진다.
박보영에게 ‘미지의 서울’은 단순히 연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도 큰 위로를 받았다.
“제가 어느덧 데뷔 19년 차더라고요.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첫 촬영 날 떨리고 무서웠는데, 이제는 기분 좋은 긴장감 정도가 되더라고요. ‘미지의 서울’은 특히 덜 떨렸어요. 이제 카메라가 보이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다 보니 캐릭터 연기를 넘어 인간이 할 수 있는 상황에 맞는 행동도 넣게 되는 것 같아요. 뭐든 이강 작가님 대본 덕분인 것 같기도 해요. 글이 워낙 좋았잖아요.”
‘미지의 서울’에서 박보영은 유미지로는 이호수(박진영)와 유미래로는 한세진(류경수)과 로맨스를 그린다. 서로 성격이 다른 쌍둥이인 만큼 연애 스타일도 달라도 너무 달랐다.
“첫인상은 서로가 반대였어요. (박)진영이가 장난스러운 줄 알았고, (류)경수가 차분할 줄 알았어요. 만나보니 완전히 반대더라고요. 경수 같은 경우는 장난기가 생각보다 많아요. 까불거리는 장난기가 아니라 한 마디 한 마디가 웃겨요. 진영이는 아이돌 출신이니까 활발할 거로 생각했는데 애어른 같은 구석이 많았어요. 호수랑은 풋풋함이 있었고, 세진과는 어른의 연애는 이런 건가 싶을 정도의 차이가 있었어요.”
지난 2006년 단편영화로 데뷔한 박보영은 쉼 없이 달려왔다. 영화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콘크리트 유토피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힘쎈여자 도봉순’을 비롯해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멜로무비’ 등 박보영의 필모그래피엔 변신과 도전이 보인다.
“드라마도 영화도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제가 주특기가 있는 건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그런 면만 보면 질리지 않을까요. 조금씩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려는 계산이 있었어요. 그 변화가 이번에 제대로 터진 것 같기도 하고요.”
현재 박보영은 디즈니+ ‘골드랜드’를 촬영 중이다. 작품은 밀수 조직의 금괴를 우연히 넘겨받게 된 희주가 금괴를 둘러싼 아수라장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박보영은 주인공 희주로 분한다. 범죄물에 도전하는 박보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의 연기 변신에 기대가 쏠린다.
“희주는 제가 했던 캐릭터들 중 제일 어두워요. 이걸 끝내면 무조건 밝은 작품 할 거예요. 근 2년 동안, 제가 많이 차분해졌어요. 다시 텐션을 올리는 방향으로 살짝 바꿔보고도 싶어요. 위로를 드리는 것도 좋고, 즐거움을 드리는 것도 좋아요.”
박보영에게는 트레이드마크 같은 별명이 따라다닌다. ‘뽀블리’(박보영+러블리)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바탕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면서도 때론 당찬 역할을 영리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이전과는 사뭇 다른 행보로 자신의 또 다른 연기 인생 20년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덕분에 대중은 매번 새로운 박보영과 만나게 된다.
“20년을 돌아보니,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제야 겨우, 조금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 제 역할은 ‘제가 대본을 읽고 느낀 마음을 시청자분들께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장르가 변하고, 캐릭터가 달라지더라도요. 앞으로도 잘하고 싶어요.”
[사진 제공 = BH엔터테인먼트]
[글로벌에픽 유병철 기자 personchosen@hanmail.net / yb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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