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픽 유병철 기자] 모델로 뻗어가던 심소영의 삶은 한곳에 정착했다. 이제는 마음속에 다른 것이 들어올 틈도 없이 연기에 푹 빠진 심소영이다. 연기와 한 몸이 되는 것을 느낀다는 심소영의 고군분투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tvN 토일드라마 ‘엄마친구아들’을 마치고 기자와 만난 심소영은 맑은 눈빛과 상큼한 미소가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배우였다. 중요한 건 마스크의 분위기를 넘어서는 그 자체의 매력이었다. 더없이 솔직하고 꾸밈없는 말들로 듣는 이를 매료시켰다.
‘엄마친구아들’은 오류 난 인생을 재부팅 하려는 엄친딸 배석류(정소민 분)와 그의 살아있는 흑역사인 엄친아 최승효(정해인 분)가 벌이는 파란만장 동네 한 바퀴 로맨스. ‘갯마을 차차차’부터 ‘일타 스캔들’까지 연이어 성공시킨 유제원 감독과 ‘갯마을 차차차’ 신하은 작가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소속사에서 대본을 받고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 다음 날 출연 확정 연락을 받고 바로 촬영 준비에 들어갔죠. 8월에 촬영을 끝내고 시청자로 ‘엄마친구아들’을 봤어요. 출연한 배우로 내용을 알고 보는데도 재밌더라고요.”

극 중 심소영은 건축사사무소 아틀리에 인의 직원이자 최승효(정해인)의 프로 짝사랑러인 이나윤 역을 맡아 상큼하고 발랄한 연기로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윤이는 감정 표현이 솔직한 캐릭터죠. 용기 있고, 자존감이 높은 인물이에요. 감독님께서 나윤이는 다양한 스타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색감이 들어간 의상을 입었어요. 모델 출신이라 재밌었어요. 예쁘게 잘 담아주셨어요.”
최승효를 향한 귀여운 짝사랑 연기는 캐릭터의 공감력을 한층 높였다. 솔직하고 꾸밈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끝없이 직진했다. 심소영 역시 이나윤의 귀여운 짝사랑 연기에 만족했다. 연기할 때만큼은 순수하고 상큼한 이나윤표 짝사랑을 마음껏 즐겼다.

“나윤이는 제 성격이랑 잘 맞았어요. 감정에 솔직하고, 얼굴에 드러나죠. 저랑 비슷해요. 일도 열심히, 사랑도 열심히.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아붓는 스타일이죠. 나윤이처럼 짝사랑을 해본 적은 없어요. ‘짝사랑을 하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르는 사람들이 말을 건네는 게 신기했어요. 응원한다고 말을 해주셨어요. 많은 여성들이 본인을 대변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정해인과의 호흡뿐 아니라, 전석호와의 유쾌한 연기 케미는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심소영은 여러 작품을 통해 다져온 안정된 연기로 파란만장 동네 한 바퀴 로맨스를 더욱 다채롭게 그려냈다.

“정해인, 전석호 선배님은 너무 좋은 어른이에요. 먼저 와서 도와주기도 하고,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주셨어요. 공부는 답이 있지만, 연기는 답이 없어서 고민하는 저에게는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현장에서는 제가 막내였는데, 현장 자체가 유쾌해서 막내 역할을 하진 않았어요.”

극 말미 이나윤은 최승효에 대한 마을을 접는다. 이나윤은 최승효가 배석류에게 프러포즈 방법을 놓고 고민을 하자 “딱 세 개만 기억해라. 관중 금지, 단정한 반지, 진심이 담긴 편지”라고 조언했다. 이에 최승효가 “그러면 너무 평범하지 않냐”라고 의아해하자, 이나윤은 “그날 하루만 특별하면 뭐 하냐. 사는 내내 특별하게 해주면 되지”라고 했고, 최승효는 “고맙다”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이나윤은 “내가 더 고맙다. 그림 그리던 내가 우연히 선배가 지은 집 보고 반해서 여기까지 왔다. 동경이었다가 사랑이었다가 이젠 다 짬뽕 되어서 뭐가 뭔지 헷갈렸는데, 다시 동경으로 정리하겠다”라며 “행복하세요. 그거면 된다”라고 말한다.

“석류의 등장에 나윤이 초조해하기 시작하잖아요. 나윤이 승효에게 고속도로에서 고백했다가 차이는데, 나윤이의 전략이 잘 못 됐다고 생각해요. 제 연애 스타일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와 비슷한 텐션의 사람을 만나든, 다른 사람을 만나든 어떻게든 맞추지 않을까 싶어요.”
심소영에게 ‘엄마친구아들’은 의미 있는 순간이자, 작품이다.

“심소영을 다시 있게 해준 작품이에요. 많이 배우고, 뿌듯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내가 이렇게 프로페셔널한 현장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고, 같이 하는 동료, 선배님들을 보면서 자극도 많이 받았어요. 저에겐 너무 소중한 작품이에요. 처음 방송할 때는 모델로 출연했어요. 그 뒤 3년 동안 연기만 했죠.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다 만난 작품이 ‘엄마친구아들’이죠.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배우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러웠어요.”

모델로 데뷔한 심소영은 MBC ‘무한도전’ 웨딩 싱어즈 편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알린 뒤 MBC ‘라디오 스타-공부의 신’ 특집에 출연, 17세의 최연소 나이로 미국 동부 7대 명문인 웰슬리 대학교에 입학한 ‘엄친딸’로 밝혀져 많은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저희 엄마는 한 번도 누구와 비교를 한 적이 없으세요. 100점 만점에 50점 맞아도 반은 맞았네 하시는 스타일이시죠. 그래서 제가 오기가 생겨서 공부했어요. 지금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요. 성취감이 있어요.”


'SNL 코리아 9'에 고정 출연하며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한 그는 쿠팡플레이 ‘유니콘’, TVING '술꾼도시여자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배우 친구들은 예능이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예능은 불안함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어릴 때니까 멋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5개월 동안 배운 것이 많아요. 그래서 더 빨리 성장을 하지 않았을까요.”

얼굴만 예쁜 연기자야 많겠지만, 그만큼 탄탄한 내공까지 지닌 또래 배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심소영이 차분히 내공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항상 열심히 준비해서 갔다고 생각하지만 늘 부족하죠. 모니터를 열심히 해요. 대본을 가까이 하고요.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연기를 공부할수록 재밌어요. 자기만의 표현 방법, 연기도 표현 방법의 하나니까, 심리학은 연기와 접목이 돼요.”

‘엄마친구아들’로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된 심소영에게 어떤 연기 인생을 꿈꾸고 있는지 물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달리 보면 가장 현명한 답을 내놨다.

”열심히 연기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비중이 크든 작든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어디까지 올라가겠다는 욕심보다는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연기하는 게 감사해요.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되더라고요. 시간을 잘 활용해서 준비를 철저히 할 거예요. 늦게 시작한 불안함보다는 나이가 있으니까 다양한 인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요.“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온다고 했다. ‘엄마친구아들’의 이나윤은 준비된 심소영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기회였다. 그는 또 어떤 기회를 잡고 어떤 연기를 펼치게 될까. 심소영은 경험한 것보다 경험하지 않은 것이 더 많기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는 배우다.

[사진 제공 = 케이플러스]

유병철 글로벌에픽 기자 e ybc@globalepic.co.kr/personchos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