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유사한 판결은 과거에도 있었다. 강간 범행 현장을 벗어나기 위한 음주운전에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을 근거로 급한 사정만 있으면 음주운전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응급환자 이송이다. 가족이나 지인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음주운전을 했더라도 119 구급차나 택시 등 다른 수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긴급피난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불가피한 사정이 참작돼 선고유예를 받을 수는 있어도 이는 유죄판결의 일종이지 무죄와는 엄연히 다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성범죄 피해 사실 자체가 아니다. 외진 숙박업소,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가해자가 쫓아오는 급박한 상황, 다른 대피 수단의 부재 등 구체적인 사정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형법상 긴급피난이 인정되려면 현재의 위난이 존재해야 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사 과정에서는 CCTV, 신고 기록, 운전 경로, 주변 교통수단 이용 가능성 등 객관적인 증거가 중요하다.
절박한 사정에 대한 호소만으로 형사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은 피할 수 없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을 보호한다. 그러나 긴급피난은 엄격한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예외일 뿐, 음주운전을 정당화하는 만능 면죄부가 아니다.
[글로벌에픽 김동원 CP / epic@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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