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송배전 등 인프라 통합 제공
헬릭스는 지난 6월 설립되었으며, 초대형 데이터센터 개발·운영부터 발전, 송배전, 광통신망 및 네트워크까지 AI 관련 인프라 전반을 통합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전 CEO 아담 셀립스키가 경영을 이끌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전력업계 전문가로 경영진이 구성되어 있다. KKR의 인프라 전문인력 170여 명이 뒤를 받친다.
이 같은 구조는 AI 산업의 가장 큰 병목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제약은 전력이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반도체도 무용지물이 된다. 헬릭스는 단순히 데이터센터 공간만 빌려주지 않는다. 전력 인프라를 함께 투자 대상으로 삼으면서 데이터센터와 발전 설비를 결합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투자자로 참여한 미국 전력 회사 비스트라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전력을 빠르게 확보해 나간다.
삼성전자 5억달러 부담 … 엔비디아 등과 창립 투자자 참여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가 5억 달러,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나머지 5개 계열사가 5억 달러를 나눠 투자하는 형태다. 개별 투자로 보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삼성 전체의 역량을 통합해 접근한다는 의미에서 전략적 무게는 상당하다. 삼성관계사들은 KKR, 엔비디아, 비스트라, 쿠웨이트투자청(KIA) 등 글로벌 AI 인프라 생태계를 이끄는 투자사, 반도체 기업, 전력 회사와 나란히 헬릭스의 창립 투자자로 참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관 투자자들과 함께 움직인다는 신호다.
반도체부터 냉각·전력까지 관계사 역량 활용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최첨단 반도체 제품을 공급한다. AI 인프라의 심장인 메모리를 담당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삼성전자 DX(완제품) 부문은 2025년 인수한 데이터센터 공조 전문 자회사 플랙트그룹을 통해 냉각 솔루션을 제공한다. 공기냉각 제품부터 액체냉각용 냉각분배장치(CDU)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플랙트그룹은 전 세계 14개 생산기지와 65개국 공급·서비스망을 보유하고 있어, 하이퍼스케일러의 빠른 증설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데이터센터 구축과 발전 분야에서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활약한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던 경험이 헬릭스의 건설 파트너로서 가치를 발한다. 삼성SDS는 IT 서비스 업체로서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 사업을 수행하며, 최근에는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GPUaaS) 사업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SDI는 고성능 서버를 24시간 가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운영에 필수적인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 백업 유닛(BBU)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초고출력·고용량 배터리 기술이 핵심인데, 이 분야의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생태계 구축 주체로
이 투자의 핵심은 위상 변화다. 그간 삼성은 반도체, 냉각 장비, 전력 설비 등 부품과 장비 공급자로 머물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헬릭스 투자를 통해 데이터센터 인프라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주체로 나선다. 부품 공급에 머물지 않고, 시스템 수준의 협력에 참여한다.
AI 인프라의 진화 방향도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점차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설비투자 대상을 넘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담아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비스형 GPU 클라우드(GPUaaS), 소버린 AI(국가나 기업의 독립적 AI 구축 전략), 코로케이션(서버 공간 임대) 등이 그 예다. 이와 함께 전력, 냉각, 반도체, 금융을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이 같은 생태계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 중심부 진입
이 투자의 또 다른 측면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다. 헬릭스 창립 투자자로는 KKR의 인프라 전문성, 엔비디아의 반도체 기술, 비스트라의 전력 공급 능력, 쿠웨이트투자청의 자본력이 모두 모인다. 각 분야의 최강자들이 한 플랫폼에 모인 것이다. 삼성도 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헬릭스는 2024년 6월 출범을 발표했으며, 이후 투자자들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프로젝트 착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3~5년이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들의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며, 각 부문이 수주와 실적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관계사들이 보유한 부품 경쟁력을 시스템·인프라 차원의 영향력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삼성은 AI 생태계에서 부품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인프라 생태계 구축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위상을 넓혀 나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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