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대표를 맡은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 지분 28.14%를 보유하며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과 내부의 신뢰 회복 불가능 선언 앞에서는 광윤사의 지분조차 무용지물이 되었다. 단순한 경영진 교체 제안이 아니라, 신 전 부회장 자신의 지배능력과 준법 의식에 대한 판단이 매해 반복적으로 부결되면서, 그의 롯데 복귀는 구조적 불가능성으로 굳어져 갔다.
12년째 반복되는 주총 부결, 무엇이 막았나
29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세 가지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본인 이사 선임안과 범죄 혐의자의 이사직 수행을 금지하는 정관 변경안, 그리고 신동빈 회장 해임안이 차례로 표결을 넘지 못했다. 재계는 이날 결과를 "예측 가능한 결말"로 평가했다. 광윤사의 지분 규모만으로는 경영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분 규모가 아니었다. 신 전 부회장이 제시한 이사 선임안과 경영진 교체 제안은 2016년 일본 주총부터 반복 제출된 것이다. 한 번도 통과하지 못한 12개 안건의 패배 기록이 쌓이면서, 그의 모든 주주제안은 형식적 이의 제기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신뢰의 무너짐, 2014년에서 시작되다 신동주의 롯데 내부 신뢰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월 사이에 붕괴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그를 이사직에서 연이어 해임한 시점이다. 공식 사유는 '경영 능력 부족'과 '준법 의식 결여'였다.
핵심은 풀리카(POOLIKA) 사업이었다. 소매점에서 상품 진열 상황을 촬영한 이미지를 마케팅 정보로 데이터화해 판매하는 사업이었는데, 신 전 부회장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단 촬영 논란이 있는 이 사업을 강행했다. 결과는 실패였고, 그 실패는 단순한 사업 손실을 넘어 '경영자로서의 판단력 결함'으로 낙인찍혔다.
일본 법원이 입을 열었을 때 신 전 부회장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자신을 해임한 일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법원은 '경영자로서 부적격'이라는 명시적 표현을 사용하며 해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법원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신뢰의 완전한 무너짐은 '프로젝트L'이라는 자문 계약이 드러나면서 불가역적이 됐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이 고(故)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체결한 이 자문 계약의 내용은, 국내 재판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국적 논란 조장. 문건으로만 존재한 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롯데그룹이 이러한 공격에 노출됐다는 점이 더욱 심각했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복귀를 위해 외부 자문가와 손을 잡고 회사 자체를 겨냥한 전략을 펼쳤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롯데 임직원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법원은 이를 명확히 했다. 2025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민 전 행장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198억 원을 선고했고, 2025년 12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추징금 3억9000만원으로 감형했다. 판사는 "변호사 자격 없이 법률 사무를 수행한 행위는 법질서의 원활한 운용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순한 경영 패권의 다툼을 넘어, 신 전 부회장의 경영 철학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졌다. 광윤사 지분의 규모는 의결권의 수준이었지만, 신뢰는 지분보다 훨씬 무거운 무기가 되었다.
'발목잡기'로 낙인찍힌 12년의 도전
신 전 부회장이 지속해서 주총 제안을 반복하는 이유는 더 이상 경영 복귀에 대한 현실적 기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재계에서 나온다.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매각해 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뒤 싱가포르에서 사모펀드사를 운영 중인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롯데지주 지분 0.01%만 보유한 상태로 '발목잡기'로 취급되고 있다.
주총 직후 신 전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비판의 칼을 들었다. "롯데홀딩스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책임 있는 설명이나 실질적인 개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 쇄신과 책임경영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롯데홀딩스는 2024년 들어 당기순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으며, 호텔롯데 등 계열사들의 실적도 악화됐다.
그러나 최근 실적 부진이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정당성으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부인과 손을 잡고 회사를 공격했던 신 전 부회장이 경영 복귀에 성공하기는 이제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롯데 내부에서는 그룹을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29일 정기주총의 결과는 이러한 평가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최대 주주의 제안을 거듭 부결하는 것은 결국 롯데그룹 전체가 신 전 부회장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의미다. 광윤사의 지분이 남아있는 한, 신 전 부회장의 '발목잡기' 시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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