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래 모빌리티 구체적 전략 담긴 보고서
무뇨스 사장이 가장 먼저 공언한 것은 유럽 전략이다. "2027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 차종에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환경규제가 가장 엄격한 지역을 향한 명확한 신호다.
이를 뒷받침하는 숫자들이 있다. 현대차 글로벌 전동화 차량 판매는 지난해 전년 대비 27% 늘어 100만대에 육박했다. 순수 전기차만 따져도 26% 성장해 27만6000대를 기록했다. 성장세는 가팔랐지만, 무뇨스 사장이 제시한 목표는 이미 성장한 성과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미 시장, 600마일 주행 EREV로 입맛 맞추기
유럽의 순수 전기차 중심 정책과 달리 북미 시장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1회 충전으로 600마일 이상 주행이 가능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선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미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정확히 읽은 전략이다. 급속충전 인프라가 유럽만큼 발달하지 않은 북미에서 장거리 주행능력은 전기차 구매 결정의 핵심 변수다. EREV는 순수 전기차의 장점과 내연기관차의 실용성을 결합한 절충형으로, 전환기의 소비자 심리를 겨냥한 제품이다.
배터리로 채우지 못한 공백은 수소전지로
무뇨스 사장은 전동화의 미래가 배터리로만 완성되지 않는다고 본다. "배터리 기반의 전동화만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한계가 있는 산업 분야에서 수소 에너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발언에서 그의 통찰이 묻어난다.
현대차의 수소 연료전지 트럭 '엑시언트'는 이미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상업 운행 중이다. 기술이 아직 선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실제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현대차의 기술력을 증명한다.
더욱 주목할 것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의 확장 속도다. 자동차를 넘어 선박과 발전 등 다양한 산업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무뇨스 사장이 전략으로 제시한 양축 모델—배터리와 수소—이 자동차 산업 전체가 아닌 에너지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진화 중이라는 뜻이다.
125조원 투자, 미래 기술 확보의 신호탄
화려한 선언들을 구체화할 자금이 뒷받침된다. 2030년까지 총 12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가 단행될 예정이다. 이 중 50조5000억원은 현대차의 미래를 정의할 핵심 기술과 역량 확보에 집중된다.
ESG 3개 축, 재무와 지배구조까지 아우르기
현대차의 2026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환경 분야에 머물지 않는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3개 축으로 균형을 맞췄다.
환경 분야에서는 유럽, 북미, 인도 지역의 전 사업장이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했다. 현대자동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가 체결한 147㎿(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전력구매계약(PPA)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시화한 구체적 성과다.
지배구조 분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선임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 제도를 신규 도입했고,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했다. 전체 이사 중 4명을 여성으로, 3명을 외국 국적으로 선임해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또한 2025~2027년 총주주환원율 35%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주주가치 극대화에 나섰다.
AI 거버넌스도 구축 중이다. "윤리적 기술 활용"이라는 원칙 아래 단계적으로 체계를 세워가고 있다는 뜻이다.
말에서 숫자로, 숫자에서 실행으로
호세 무뇨스가 공개한 2026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자동차 업계의 환경경영 보고서와 다르다. 유럽 전차종 전동화, 북미 EREV 시장 공략, 수소 연료전지 산업 확대, 125조원 투자라는 구체적인 숫자들이 현대차의 전략을 뒷받침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전략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엑시언트 수소연료전지 트럭이 도로를 달리고, 100만대에 육박한 전동화 차량이 시장에 나가 있다. 미래는 선언이 아닌 실행으로 증명된다. 현대차의 도전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는 2027년, 2030년의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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