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서울우유의 문제 제기: 브랜드 자산 무단 사용
2023년 3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우유가 내세운 핵심 주장은 명확했다. 남양유업의 '아침에우유'라는 표장이 자사의 '아침에주스', '아침에사과' 등 '아침에○○' 시리즈를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름뿐만 아니라 포장용기까지 확대됐다. 서울우유는 남양유업의 포장용기가 초록색과 흰색의 조합, 붉은색 원형 로고, 나아가 전면 레이아웃까지 자사 우유 용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우유 측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아침에○○' 시리즈는 상당한 투자와 광고로 구축된 성과이자 국내에 널리 인식된 자사 브랜드다. 남양유업이 이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소비자 혼동과 브랜드 희석을 초래했다는 주장이었다.
1심 법원도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 흔한 표현"
2025년,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는 서울우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이 본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아침에우유'와 '아침에주스'가 유사 상표인가 하는 점. 둘째, 포장 디자인의 유사성이 부정경쟁이라고 볼 정도인가 하는 점이었다.
재판부의 판단은 엄격했다. '아침에'라는 단어 자체는 식별력이 부족했다. 음료 업계 전반에서 '아침에 ○○'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서울우유가 주장하는 상표와 디자인이 독점적 이익을 줄 만큼의 식별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서울우유의 항소로 이어졌다.
항소심도 같은 결론: 특허법원의 최종 판단
2026년 1월 27일, 특허법원 제21부(주심 노지환 판사)는 서울우유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두 가지 쟁점 모두에서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아침에우유'라는 명칭 문제부터 살펴봤다. 재판부는 '아침에' 표장의 식별력과 업계 사용 실태를 고려할 때, 이것이 서울우유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형성된 독자적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서울우유가 주장하는 '타인의 성과 무단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었다.
포장용기 디자인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우유는 초록색과 흰색의 조합, 붉은색 원형 로고 등이 자신들만의 차별적 특징이자 상품출처 식별표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우유 업계 전반에서 유사한 색채와 레이아웃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남양유업의 포장용기가 "서울우유 상품임을 곧바로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법정이 그은 유사성의 경계: 법리적 의미
이 판결이 던지는 법리적 메시지는 명확하다.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보통명사적 표현과 전형적인 색상, 구성만으로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상당한 투자와 노력의 성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쟁사 간 상표와 포장이 어느 정도 닮아 보이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부정경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기준을 확인한 판결이라는 의미다.
연이은 패소가 남긴 질문들
서울우유의 1심 패소에 이은 항소심 패소는 식음료 업계에 무거운 메시지를 남겼다. 장기간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법적으로 '독점적 권리'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신호였다.
향후 식음료 업계의 네이밍과 패키지 전략 수립 과정에서 업계 종사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열대 앞 소비자의 눈에는 얼마나 비슷해야 '혼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법정에서 그 혼동은 어떻게 증명돼야 할까. '아침에' 소송이 던진 이 질문의 답은 여전히 불명확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단순한 유사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법원의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전제로, 업계의 경쟁 질서는 한층 세련되고 투명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글로벌에픽 안재후 CP / 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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