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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영 기업은행장 첫 출근 무산, 대통령이 해결해줄까

노조 “780억 체불임금 지급 약속 받아와라” 저지 … 장 행장 “문제 해결하겠다”

2026-01-23 10:13:28

노조 저지에 막혀 첫 출근이 무산된 IBK기업은행 장민영 신임 은행장.  이미지 확대보기
노조 저지에 막혀 첫 출근이 무산된 IBK기업은행 장민영 신임 은행장.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새로 선임된 장민영 기업은행장이 노조와 갈등 탓에 출근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3일 장민영 신임 행장은 본점 건물 앞에서 노조원들에게 가로막혀 10여 분간 대치하다 발걸음을 돌렸다. 노조는 "대통령 약속을 받아오라"고 요구했고, 장 행장은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고 답했지만 물리적 저지선을 넘지 못했다. 체불임금 780억 원, 직원 1인당 600만 원 이상의 시간외수당이 쌓인 상황에서 새 행장이 마주한 현실은 그야말로 '첫 단추부터 꼬인' 출발이었다.
취임 첫날부터 노조 저지선에 막힌 신임 행장

23일 오전 8시 50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 장민영 신임 기업은행장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수십 명의 노조원들이 건물 출입문을 가로막았다.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오라"는 구호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장 행장은 노조원들과 10여 분간 대치했다.

"임직원들의 소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노사가 협심해서 문제를 잘 해결하겠습니다."
장 행장의 답변에도 노조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그는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금융권에서 신임 CEO가 취임 첫날 출근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장 행장은 전날인 2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을 거쳐 선임됐다. 1964년생으로 1989년 중소기업은행(현 기업은행)에 입행해 리스크관리그룹장, 강북지역본부장, IBK경제연구소장 등을 거친 내부 승진 출신이다. 2024년부터는 IBK자산운용 대표를 맡아왔다.

총액인건비제도가 만든 '합법적 체불' 논란
이번 사태의 핵심은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도'다. 이 제도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의 연간 인건비 총액을 미리 정하면, 기관이 그 범위 안에서만 급여와 수당, 복리후생비를 집행하도록 하는 일종의 상한선 규제다.

제도 도입 취지는 공공기관 경영의 자율성을 높이면서도 인건비 증가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인건비 상한선이 정해짐에 따라 초과 근무를 해도 수당을 돈이 아닌 휴가로 지급하는 등 사실상 임금 체불이 일상화됐다.

문제는 보상휴가를 현실적으로 소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사용하지 못하고 쌓인 보상휴가는 직원 1인당 약 35일, 전체로는 44만2965일 수준이다. 노조는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1인당 약 600만 원, 전체 규모는 약 78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역설적인 것은 기업은행의 실적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담당하면서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며 최근 수년간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해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재부가 배당금으로 챙긴 금액만 2208억 원, 4555억 원, 4668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직원들에게 초과 이익에 대한 성과급으로 지급된 돈은 한 푼도 없다.

대통령 지시에도 움직이지 않는 정부 부처

노조가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도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기재부의 총액인건비제도 때문에 돈이 있어도 못 주는 공공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을 위반하면서 운영하도록 정부가 강요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문제 해결을 주문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금융위원회와 기재부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은행은 "기재부 지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기재부는 "은행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23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1%의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2024년 12월에 이어 2년 연속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노조는 1월 중 전면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신임 행장의 첫 시험대

장민영 신임 행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는 노조와의 신뢰 회복이다. 출근 첫날부터 물리적으로 가로막힌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는 정부 부처와의 협상이다. 총액인건비제도라는 제도적 틀을 깨지 않고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와 기재부를 설득해 예산 증액이나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는 중소기업 정책금융이라는 본연의 업무 차질 방지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내부 출신으로 35년간 기업은행에 몸담아온 장 행장에게 임직원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첫 출근부터 막힌 상황은 씁쓸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기에 해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간이다. 노조는 이미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고, 1월 중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장 행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780억 원의 체불임금과 수만 개의 쌓인 보상휴가, 그리고 무너진 노사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신임 행장의 첫 시험대는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해 보인다.

[글로벌에픽 신규섭 금융·연금 CP / wow@globalep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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